7년의 밤, 28 - 정유정 by farewellfarewell

 '히말라야 환상 등반기'와 '내 심장을 쏴라'로 날 매혹시킨 작가 정유정. 작가 정유정이 위 두 책을 통해 보여준 매력에 이끌린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후작 '7년의 밤'과 '28'을 읽었다. 그런데..각각 하루만에 다 봤던 [히말라야~, 내 심장을~]와 달리 [7년의 밤, 28]은 읽는데 수일씩 걸렸다. 정말 재미 없어서. 정유정의 책에 끌린 이유는 다름 아닌 재미 였는데 그 재미를 두 작품을 통해 통 느끼지 못했다. 

 이 두 소설은 내게 왜 그리 재미가 없었을까?  그 답은 지나칠 정도로 치밀한 서사에 있다. 두 작품 모두 글의 장점으로 '압도적인 서사'를 든다. ('7년의 밤' 뒷편 광고글 : '뒤돌아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 압도적인 서사 , 생생한 리얼리티'   '28' 뒷편 광고글 : 치밀하고 압도적인 서사, 숨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문장,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  그런데 이 두 소설에서의 '압도적'인 서사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무엇보다 묘사가 지나치게 정교하다. 인물이 등장 하는 공간 하나 하나를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니 독자로서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 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지휘에 끌려가는 노예가 된 기분마저 들어 읽기가 점점 괴로워졌다. 글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인 '마음대로 상상하기'가 이 두 책에서는 차단된다. 
   
 또 사건 하나 하나의 연관성이 너무 나도 촘촘한 것도 문제였다. 소설이란 어찌보면 허구 같고 어찌보면 현실 같아야 한다. 즉, 소설이란 허구와 현실 사이에 절묘하게 걸쳐 있어야 한다고 믿는데 이 소설은 그 것에 실패했다. 저자가 소설에 지나치게 철저한 인과 관계를 부여하다 보니 소설 속 세계는 현실과 영 거리가 멀어져버려 그러했다. 인과 관계는 우리가 현실을 해석할 때 이용하는 많은 법칙들 중 하나일 뿐이지 우리 삶을 지배하는 법칙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가 겪는 사건, 사고들 중 정말 많은 것들은 정확한 인과관계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상의 수많은 음모론은 이러한 이유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치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복선을 깔고 그 복선을 현실화 시키기 바쁘다. 이래서 소설 속 각 사건이 나름의 이유를 가지는데는 성공했으나 이 때문에 각 사건들의 리얼리티는 오히려 퇴색되어 이 또한 읽기 불편했다.  

 이러한 이유로 '7년의 밤'과 '28'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독자를 강제로 몰아 세우려 한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열린 결말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독자의 개입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서사가 아쉬웠다. 다시 말하자면 독자적인 해석이 이루어지고 그로인해 저자와 독자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서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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